온라인 기반 성 착취, 성범죄가 늘어나면서 미성년자 대상 온라인 그루밍을 처벌하는 규정이 생겼지만 무용지물이란 지적이 나온다. 3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성 착취를 예방할 수 있는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째지만 '그루밍'의 기준이 모호해 처벌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그루밍이란 채팅 앱과 같은 온라인 매체를 통해 신뢰 관계를 형성한 후 약점을 잡아 성적 노예 혹은 돈벌이 등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범죄를 의미한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 그루밍은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하는 행위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온라인 기반 미성년자 성 착취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지난 2021년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 개정됨에 따라 온라인 그루밍 처벌 규정이 마련됐다. 19세 이상 성인이 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 그루밍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처벌 규정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성범죄 사건은 무수하지만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처벌 건수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9월부터 2022년 7월까지 그루밍 처벌법에 따라 검거된 사건 건수는 총 25건이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성 착취 목적 대화 사건은 통계 시스템상 공식적으로 산출되지 않고 있으며 법무부 역시 성 착취 목적 대화 사건 기소 건수에 대해 별도로 작성·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이 마련됐지만 수사와 처벌 과정에서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용혜인 의원은 당시 “그루밍 범죄를 제대로 처벌해야 추후의 직접적인 성범죄를 막을 수 있는데 여전히 성인이 아동·청소년에 성 착취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루밍 행위에 대한 실효적인 수사와 처벌이 미흡한 건 사실”이라며 “‘성적 착취의 목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고 그루밍에 대한 수사관들의 충분한 이해를 통한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2023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추세 및 동향분석’에 따르면 가족 및 친척 이외 아는 사람에 의한 성범죄는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이 33.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인터넷을 통해 만난 사람인 경우 37.6%가 랜덤채팅과 같은 ‘채팅 앱’을 통해 처음 만났다고 답했다. SNS와 메신저가 각 25.8%와 12.6%로 뒤를 이었다. 인터넷에서 만난 사례 중 60.3%가 실제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에서 처음 만난 범죄자와 피해자가 실제 오프라인에서도 만난 경우 만남의 목적이 성 매수, 즉 조건만남인 경우는 30.3%였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현행법상 온라인 그루밍에 대해서 성적 목적을 가진 채 행동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교사, 부모 등 증명이 되는 성인과 달리 ‘권한이 없는 성인’이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할 이유는 없다”며 “온라인 그루밍으로 처벌되는 행위의 범위를 ‘권한 없는 사람’이 아동 청소년에게 접근해 만나자고 하거나 지속적인 대화를 유도하는 등의 행위로 넓힐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그루밍은 단계가 있다. 접근 초기엔 아동‧청소년의 꿈을 지지해주는 등 적극적 지지를 통해 신뢰를 쌓는다. 그 후 고립시키고 성적 착취를 하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성적 목적이 드러나는 대화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온라인 그루밍을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한 이유는 아동‧청소년 대상 실질적인 성 착취 행위가 발생하기 전에 이들을 보호하겠다는 게 취지다. 그러한 측면에서 신뢰를 쌓는 등 일련의 행위가 권한 없는 자에 의해 이뤄졌을 때는 그것만으로 법적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는 게 취지에도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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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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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준다고 불러내 성범죄’···‘있으나 마나’ 그루밍 처벌법 < 트렌드 < 기사본문 - 여성경제신문 (womaneconomy.co.kr)